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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중앙일보] 수영장 떨어진 '한방울'도 찾는다…'마약지문' 쫓는 저승사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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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-10-12 10:02 조회785회 댓글0건관련링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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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영장 떨어진 '한방울'도 찾는다…'마약지문' 쫓는 저승사자 [르포]
이런 방식으로 아무리 적은 용량의 마약이라도 검출할 수 있다고 한다. 0.02ng/mg(모발 1mg당 1억분의 2mg)까지 검출할 수 있다. 국제 규격 수영장(길이 50m·폭 25m·깊이 2m이상)에 떨어진 약물 한 방울을 찾아내는 거와 같다고 한다. 국과수엔 여러 신종 마약류를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도 있다.
마약은 주로 소변과 모발을 감정해 검출한다. 약물은 투약 후 1주일이 지나지 않으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소변에 남아있다. 이후에는 머리카락을 감정해야 검출할 수 있다. 모발은 한 달에 평균 1㎝씩 자란다. 이 때문에 머리카락에 얼마만큼 마약 성분이 있는지를 보고 투약 시기와 상습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.
국과수는 마약 중독 의심 사망사건 땐 독성농도 판별 등을 위해 혈액 시료도 감정에 사용한다.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경찰관도 혈액 감정까지 했다. 이 경찰관 혈액과 소변·모발 등에서 필로폰·케타민·엑스터시(MDMA)와 신종 마약인 메스케치논과 펜사이클리딘 유사체 성분 등이 검출됐다.
국과수는 신종 마약 감정과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. 유엔마약범죄사무소(UNODC)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신종 마약류는 1182종이라고 한다. 이 가운데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신종마약이 밀반입됐다. 2009년만 해도 마약류관리법상 292종이 규제대상이었다. 이후 13년간 매년 90여종이 생긴 셈이다. 여기다 메트암페타민과 대마 유통 시장이 커지면서 복용·투약 의심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.
국과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8만9000여건의 마약류를 감정했다. 최근 5년간 2배 증가한 수치다. 올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정 건수가 최소 30%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. 또 올해 1~6월까지 압수한 마약 물량은 571㎏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7㎏보다 51.5% 폭증했다.
게다가 마약 남용 연령까지 낮아지는 추세다. 국과수 등에 따르면 10·20대 마약 남용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. 국과수 측은 "젊은 세대일수록 다양한 마약을 쉽게 접하는 것 같다"고 했다.
하지만 신종 마약류 등장이나 남용 확산 속도보다 대응은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. 국과수 본원에 아직 마약 전담과가 없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. 서울 등 지방 연구소 6곳도 마찬가지다. 본원은 독성학과 직원 7명이 마약 업무를 전담한다. 그나마 내년도 마약류 대응 범정부 예산안(602억원)에 국과수 마약대응과 설치를 위한 예산이 반영됐다. 예산안엔 펜타닐 등 신종 마약 검출 범위를 대폭 향상한 고해상도·초고감도 질량 분석기 3대 도입비도 포함됐다.
국과수 관계자는“신종 마약류 유통과 남용자가 증가하는 데 수사(검찰·경찰)와 감정(국과수), 규제(식품의약품안전처)가 3박자를 이뤄야 한다”며 “이를 위해 ‘범국가적 마약감정 통합관리체계’의 유기적인 공조·대응이 필요하고, 국과수에는 마약 전담 과를 둬야 한다”고 설명했다.
김민욱(kim.minwook@joongang.co.kr)